이슬람 제국은 펜데믹 때문에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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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쿠아스코어 댓글 0건 조회 65회 작성일 24-04-29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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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330년 고대 그리스의 알렉산더 대왕이 현재 이란인 페르시아를 정복한 이후,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은 약 1천 년 동안 그리스와 로마 같은 유럽 국가들의 지배를 받아왔습니다.

(약 6세기 무렵의 유럽과 중동 및 북아프리카를 나타낸 지도입니다. 위 지도에서 보라색과 군청색으로 칠해진 쪽이 동로마이고, 노란색과 연한 갈색으로 칠해진 부분이 페르시아인데 저 때만 하더라도 아랍인들은 동로마와 페르시아라는 두 초강대국 사이에 낀 약소민족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1백년 후, 아랍인들은 자신들을 압박하던 동로마와 페르시아를 모두 물리치는 이변을 연출하게 됩니다.)

 


그러나 서기 632년 아라비아 반도에서 살아가던 아랍인들이 새로운 종교인 이슬람을 앞세우고 뛰쳐나오자,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불과 70년도 안 되어서 중동과 북아프리카는 이슬람교를 믿는 아랍의 지배에 들어갔고, 로마의 후계 국가로써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지배했던 동로마는 두 번 다시 예전의 세력을 회복하지 못하였습니다.  


이러한 사태가 일어나게 만든 원인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은 놀랍게도 세계적인 전염병 사태인 펜데믹 때문이었습니다.   

  

원래 아라비아 반도의 사막에서 살아가던 유목민들인 아랍인들은 무려 1천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페르시아와 그리스, 로마 등 외세의 지배를 받으며 살아가던 약소민족이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인 서기 541년 7월부터 동로마의 영토인 이집트에 치명적인 전염병인 페스트(흑사병)가 나타났습니다. 이 페스트는 벼룩에 감염된 쥐를 통해서 해상 무역로를 타고 동로마의 영토 전역에 삽시간에 번져 나갔습니다.  


당시의 상황을 묘사한 기록들을 보면 이 페스트에 감염되어 죽어간 사람들이 어찌나 많았던지 셀 수 없이 많은 집들이 사람이 없는 텅 빈 상태로 남았고, 길거리마다 죽은 시체들이 수북이 쌓였는데 청소를 할 사람들도 죽고 없어서 그대로 썩어가는 채로 방치되었으며, 알렉산드리아와 콘스탄티노플 같은 여러 대도시 전체가 공동묘지처럼 사람의 흔적이 끊긴 채로 조용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리고 2년 후인 545년에는 동로마의 적대국인 페르시아에도 페스트가 퍼져나갔습니다. 페르시아에서 페스트에 걸려 죽은 사람들은 동로마 못지않게 많았는데, 대략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 페스트로 희생되었다고 알려졌습니다. 


더구나 페스트는 한 번 창궐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고, 그 후로도 수십 년 동안 계속 발생했다가 사라졌다가 다시 발생하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렇게 페스트의 바람에 휩쓸리고 나니, 동로마와 페르시아는 자연히 수많은 인구가 죽어 군대에 들어갈 사람의 수와 그들이 내는 세금이 줄어들어 국력이 점점 쇠약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동로마와 페르시아에서 페스트로 인한 펜데믹 사태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입었던 것과는 달리, 놀랍게도 아랍인들은 페스트로 인한 피해를 거의 입지 않았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동로마와 페르시아는 인구가 밀집된 도시 지역에 치명적인 전염병인 흑사병이 크게 번져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던데 반해, 인구 밀도가 적은 사막에서 흩어져 유목 생활을 하고 살던 아랍인들에게는 흑사병이 닿지 않았고, 이런 강점을 살려 아랍인들이 대대적으로 동로마와 페르시아를 공격하자, 두 나라는 군사의 숫자가 적어서 아랍인들의 침공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실제로 동로마 황제 헤라클리우스는 동로마군의 참패 소식을 듣고 “더 이상 아랍인들에 맞서 싸울 군대를 모을 형편이 못 된다.”라고 탄식하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오래 전부터 수많은 아랍인들은 로마와 동로마 군대, 페르시아 군대에 용병으로 복무하면서 두 나라의 내부 사정과 두 나라 군대의 전술에 익숙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랍인들은 동로마 군대와 페르시아 군대를 상대로 한 전쟁에서 연이어 승리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초창기 아랍 군사들의 묘사한 삽화인데, 사실 당시 아랍인들은 무척 가난해서 대부분 낙타 가죽으로 만든 옷을 입었다고 합니다. 그런 아랍 군사들에 비해 동로마와 페르시아 군사들은 화려한 비단 옷을 입고 있어서 아랍인들을 두고 냄새나는 낙타 가죽 옷이나 입는 더러운 거지들이라고 놀렸지만, 막상 실제로 싸워보자 아랍 군대한테 연전연패를 당했습니다.)

 


그리하여 아랍인들의 예언자 무하마드는 새로운 종교인 이슬람교를 앞세워 오랫동안 분열되어 있던 아랍인들을 통일했고, 무하마드의 후계자인 우마르가 632년부터 아라비아 반도 바깥으로 군대를 보내 정복 전쟁을 시작하자, 1세기에 걸친 펜데믹 사태로 인해 쇠약해져 있던 동로마와 페르시아는 도저히 아랍 군대의 상대가 되지 못하고 삽시간에 무너져 내렸습니다.   


정복 전쟁을 시작한 지 불과 80년 만에 이슬람교를 앞세운 아랍 군대는 서쪽의 포르투갈에서 동쪽의 인도에 이르는 무려 1100만km²의 영토를 차지했는데, 이는 로마 제국이 차지했던 영토인 650만km²보다 훨씬 넓었습니다. 더구나 로마는 900여 년에 걸쳐서 650만km²를 정복했는데 반해, 이슬람 제국은 100년도 안 되어 로마보다 약 두 배나 넓은 영토를 손에 넣었으니, 정복에 관해서도 이슬람 제국 쪽이 로마를 월등히 앞섰던 것입니다. 

(아랍인들이 세운 이슬람 제국의 영토가 가장 넓었던 서기 8세기 무렵의 지도인데, 초록색으로 칠해진 부분이 모두 이슬람 제국의 영토입니다. 로마제국과 비교해도 훨씬 넓었던 것을 알 수 있죠.)  



서기 6세기에 불거진 페스트는 전통적인 강대국인 로마와 페르시아를 약화시키고, 그 둘을 대신할 새로운 초강대국인 이슬람 제국을 탄생시키는데 본의 아니게 큰 역할을 한 셈입니다.  


아울러 천 년이 넘는 오랜 세월 동안 주위의 강대국들한테 이리저리 휘둘려오던 아랍인들이 굳게 단결하자, 불과 1백 년도 안 되어 세계를 지배하는 초강대국을 세우고 찬란한 번영을 누린 일은 세상에는 영원한 강대국도, 영원한 약소국도 없다는 교훈을 증명한 것입니다.


출처: 바이러스 전쟁/ 도현신 지음/ 이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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