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세월호 이후 재난시스템 변했나…‘오송-이태원’ 반복되는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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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쿠아스코어 댓글 0건 조회 982회 작성일 24-04-15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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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36558.html
“한국 현대사의 불가사의 ‘선감학원’ 이제 특별법으로 가야”
수정 2024-04-14 23:21 등록 2024-04-14 22:52

[짬] 선감학원사건 피해자 지원센터 이향림 상담실장

“이제 선감학원 문제는 특별법으로 가야 합니다.”

이향림(61·사진) ‘선감학원사건 피해자 지원센터’ 상담실장은 피해자들의 자조 단체인 ‘선감학원 아동피해대책협의회’ 간사를 겸해왔다. 협의회 각종 행사 기획과 서류 작업을 비롯한 여러 잡무를 감당하면서도 객원상담사 10여명과 함께 지난 1년간 피해생존자 250여명의 상황을 조사하고 트라우마 상담치료를 진행했다. 이 실장은 5월부터 경기도로부터 월급을 받는 상담실장 자리는 내놓고 무급인 협의회 간사 일만 하기로 했다. 심리치료의 모델을 만들어놨으니 선감학원 특별법 제정과 선감학원 후원회에 집중하고 싶어서다. 그만큼 특별법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 실장을 6일 서울 구파발역 인근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지난달 26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로부터 두 번째 인권침해 진실규명이 내려진 ‘선감학원 아동 인권 침해 사건’은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추악한 장면 중 하나다. 1942년 조선총독부가 설립한 이 부랑아동 수용시설을 해방 직후 경기도가 넘겨받아 1946년부터 1982년까지 운영했다. 경기도 5급 공무원이 돌아가며 원장을 맡았는데, 빈민 계층의 10살 안팎 아동 수천 명을 외딴섬 안산 선감도로 납치해 감금하고 굶기고 때리고 강제노동시켰고, 죽으면 암매장했다. 선감학원 인근에는 봉분 없는 무덤이 170여구 있다. 834명의 아이들은 탈출하다 행방불명되었다.

이 실장은 이를 가리켜 ‘한국 현대사의 불가사의’라고 했다. ‘빼박’이라는 표현도 썼다. 경기도가 직접 운영했기에 다른 민간 기관에 책임을 전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무원이나 정치인들에 ‘최소한의 개념’이라도 있었다면 40년간 이런 시설이 지속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실장은 “경기도가 현재 경기도에 거주하는 선감학원 피해자들만 차등지원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특별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일찍이 아동 인권에 눈 뜰 기회가 있었다. 대학 졸업 뒤인 1988년부터 경기 부천시 약대동 빈민가에서 10년 넘게 탁아소 및 공부방(지역아동센터) 활동을 한 덕분이다. 매일 야근하고 밤늦게 돌아오는 20대 학부모들은 대부분 무학 또는 국졸(초졸)이었다. 아이들은 매일같이 숙제를 못하거나 받아쓰기 시험에서 틀린 숫자만큼 손바닥을 맞고 집에 왔다. 탁아소는 자연스레 공부방이 됐다. 2000년대 초반 공연예술치료 대학원 과정을 마친 뒤엔 경기 군포와 전북 무주에서 힐링과 의사소통을 주제로 한 심리치료 활동을 했고, 이 과정에서도 학대 아동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2020년부터 선감학원 피해생존자들과 인연을 맺었다. 이들이야말로 진짜 살벌한 환경에 놓였던 아동 인권 피해자들이었다.

“선감학원 피해생존자들은 일회성 재난 트라우마와는 다른 복합 트라우마 증상을 겪어왔어요. 오랫동안 집단적이고 체계적으로 가해진 폭력에 노출된 결과입니다.” 이들은 공황장애 초기증상처럼 머리가 하얘지고 몸이 얼어붙으면서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공격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70대 할아버지가 10대 소년으로 퇴행해 아기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고 했다. 지난해 주로 집중한 트라우마 치료는 자율신경계 안정화 호흡을 통해 자신을 돌보게 하는 1단계였다. 올해는 부정적인 기억에 압도당하지 않고 대인관계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상담활동을 주로 할 예정이다. 상담실장에서 물러나지만, 그 역시 객원 상담사로 여기 참여한다.

이 실장에 따르면 선감학원 피해생존자들은 나이 들어서도 남자들과 같은 방을 쓰지 못한다. 남자들이 많은 조직에는 적응하지 못한다. 어린 시절 선감학원에 만연했던 성폭행 피해 경험 탓이다. “사춘기 소년 수십명을 모로 눕게 해 알몸으로 재웠어요. 머리와 발, 머리와 발이 계속 이어지는 69자세로요. 잠결에 등을 펴고 누워 잠 대열이 무너지면 두드려 맞았고요. 자기 전 점호 시간에는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곡괭이로 ‘빠따’를 맞았다죠.”

이 실장은 피해생존자들이 고독사와 물질적 궁핍에 대한 걱정 없이 따뜻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국가가 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현재 경기도가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 경기창작센터 옆 옛 선감학원 건물을 복원해 인권평화박물관을 세우는 ‘선감옛터’ 프로젝트에 피해자들을 위한 실버 케어타운을 더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장기요양과 관련된 현행 법률로는 한 방에 여러 명을 수용해야 한다. 그는 1인1실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지원할 방법은 특별법 외에는 없다고 했다.

결국 특별법의 목표는 선감학원 피해생존자들이 어른답게 살면서 잘 늙고, 두려움 없이 세상을 떠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현재 진실화해위에서 두 차례에 걸친 진실규명 결정을 받은 선감학원 피해생존자는 230명(1차 167명, 2차 63명)이다. 원아대장이 확보된 숫자는 5759명이다. 진실화해위 진실규명은 종결됐어도, 경기도는 피해자 신청을 계속 받고 있다. 3개월에 한 번씩 경기도청에서 선감학원 심의위원회를 열어 피해자 여부를 확정한다. 문제는 경기도민에 한한다는 것이다. 이향림 실장은 “그래서 더더욱 특별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별법이 제정된 세월호는 트라우마 치료 예산이 연간 40억원이에요. 저희는 경기도에서 주는 2억5천만원이 전부입니다.”

선감학원은 아동보호시설이 아니었다. 지난달 진실화해위는 두 번째 진실규명 결정문에서 ‘선감학원은 경기도가 도유재산관리를 위해 아동을 이용한 시설이었다’고 썼다. 이 실장이 “지자체와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협의회 일만 하면 월급이 안 나오는데 어떻게 하냐’고 묻자, 이 실장은 “프리랜서 상담치료사로서 알바를 뛰면 된다”고 쿨하게 말했다. 그는 현재 심리치료센터 ‘향기숲 힐링프렌즈’의 대표이기도 하다.

글·사진 고경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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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이후 교실은…안전교육 강화됐지만 “학교 재량에 달려”
수정 2024-04-15 08:25 등록 2024-04-15 07:00

“나갈까? 탈출할까?” “방송에서 가만히 있으라잖아. 그러니까 가만히 있자.”(2014년 7월28일, 세월호 선원 사건 재판 증인신문 가운데 생존 학생의 당시 상황 증언)

2014년 4월16일 진도 앞바다에서 기울기 시작한 세월호 선내엔 ‘절대 움직이지 말라’는 안내방송이 1시간 동안 열두번 울려 퍼졌다. 학생들은 ‘배운 대로’ 지시를 따랐다. 그 결과 세월호 참사 희생자 304명 중 83%가 학생이었다. “학생들은 배운 대로 했을 뿐인데 살아남지 못한 충격이 교사들에게 남아 있어요.”(간우연 교사·경기 시흥 계수초) “교사들에게 참사는 ‘트라우마’이고, 변화는 일종의 ‘짐이자 숙제’죠.”(강양희 교사·경기 고양 한수중)

학교 안전사고 예방 체계는 세월호 참사 이후 변화했다.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학교 안전사고 예방·대책을 담당하는 전담부서를 각 시·도교육청에 설치하도록 했고, 학교 안전 계획의 수립·시행 또한 법에 의무화됐다. 교직원은 안전 관련 전문교육을 3년마다 15시간 받아야 하고, 학생과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심폐소생술 교육도 매년 실시된다. 2016년 전국 시·도교육감들은 참사 2주기를 맞아 ‘4·16 교육체제’를 선포했다. 그저 ‘말 잘 듣고 공부 잘하는 학생’을 길러내기 급급했던 교육이 참사의 원인이었다는 것을 반성하며 학생의 주체성·협력을 강화한 교육을 다짐했다.

교육의 지향점으로 ‘생명과 안전’이 더해지며 교육 내용에도 일부 변화가 나타났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생활안전·교통안전·재난안전·응급처치 등 7대 안전영역을 기존 교육과정에 연계하도록 했다. 민태홍 교사(경기 안산 경안고)는 “국어 등 교과목을 배울 때 관련 내용을 끼워 넣는 식”이라며 “확실히 안전에 대한 관심은 훨씬 늘었다”고 말했다. 초등학생은 생존수영을 배운다. 시·도교육청마다 정해진 필수 교육이수 시간에 따라, 수영장에 가서 ‘잎새뜨기’(에너지 소모를 최대한 줄여 물에 뜬 자세로 있는 수영법) 등을 익힌다. 수학여행 때는 안전지도사가 반드시 동행해야 하고, 한꺼번에 이동하지 않고 그룹을 나눠 동선을 달리해야 한다.

다만 법과 교육과정, 시·도교육청의 지침은 큰 틀의 안전교육만을 강조하는 탓에 실제 구체적인 교육과 체험 내용은 학교나 교사의 재량과 관심 정도에 따라 차이가 난다. 기존 교과목에 안전에 대한 내용을 얼마큼 연계해 담을 것인지, 4월16일을 즈음해 생명과 안전을 강조하는 ‘계기 수업’을 실시할 것인지 등이 각 학교의 여건, 교사의 의지에 따라 달라지는 식이다. 안전한 현장활동을 만들기 위한 노력보다, 학교의 책임 부담을 피하기 위해 현장활동 자체를 줄이는 경우도 나타난다. 교사와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 등이 모여 생명의 가치를 담은 ‘미래교육과 4·16 교과서’를 내놓았지만, 실제 이를 활용하는 학교는 매우 드물다.

교사들은 학교가 더욱 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0년 전, 팽목항 한복판에서 희생된 아이들과 그들을 기다리는 부모들 곁에 있었던 간우연 교사는 “첫째로 돈보다 생명이 중요하다는 것을, 둘째로는 스스로 목숨을 지킬 때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한다. 교육의 방향이 그쪽으로 변화해야 하며, 변화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김가윤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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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이후 재난시스템 변했나…‘오송-이태원’ 반복되는 참사
수정 2024-04-15 13:16 등록 2024-04-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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